솔직히 말씀드리면, 제가 첫째 아이를 키우면서 열성경련(熱性痙攣)이라는 걸 처음 겪었을 때 정말 세상이 무너지는 줄 알았습니다. 낮잠 후 미열이 있던 아이가 저녁에 갑자기 몸을 떨며 경련을 시작했고, 입술이 파랗게 변하는 모습을 보는 순간 머리가 하얘졌습니다. 119에 전화하고 응급실에 도착하기까지 그 짧은 시간이 평생 가장 길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나중에 의사 선생님께 "비교적 흔한 증상"이라는 말을 들었지만, 부모 입장에서는 처음 겪는 열성경련이 얼마나 무서운지 말로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열성경련이 무엇이고 왜 생기는가
열성경련은 생후 6개월부터 5세 사이 어린아이가 고열(통상 38.9도 이상)이 날 때 갑자기 경련을 일으키는 증상입니다. 여기서 경련이란 의식을 잃고 손발을 떨거나 온몸이 뻣뻣해지는 증상을 의미하며, 대부분 좌우 대칭으로 나타납니다. 국내 소아 중 약 3~5%가 한 번 이상 경험할 정도로 생각보다 흔한 편입니다(출처: 대한소아신경학회).
제 아이는 18개월쯤 되었을 때 처음 열성경련을 했는데, 그전까지는 이런 증상이 있다는 것조차 몰랐습니다. 낮에는 단순한 감기 증상처럼 보였고 체온도 37도대 후반이었는데, 저녁이 되자마자 갑자기 열이 39도를 넘으며 경련이 시작되었습니다. 열성경련은 특히 열이 급격하게 오르는 초기에 잘 발생하기 때문에, 아이가 열이 난다는 걸 인지하기도 전에 경련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열성경련의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어린아이의 뇌가 급격한 체온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가족력도 영향을 미치는데, 부모나 형제가 열성경련을 경험한 적이 있다면 자녀에게도 나타날 확률이 높아집니다. 단순 열성경련(Simple Febrile Seizure)은 15분 이내에 멈추고 24시간 내 재발하지 않으며, 대부분 후유증 없이 지나갑니다. 반면 복합 열성경련(Complex Febrile Seizure)은 15분 이상 지속되거나 좌우 비대칭으로 경련하는 경우로, 추가 검사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열성경련 발생 시 즉시 해야 할 응급처치
열성경련이 시작되면 부모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당황하지 않는 것입니다. 말은 쉽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정말 어렵습니다. 제 경우에도 아이를 안고 병원까지 운전해서 갈 자신이 없어 바로 119를 불렀습니다. 하지만 미리 대처법을 알고 있었다면 조금 더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었을 겁니다.
열성경련 발생 시 응급처치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 아이를 옆으로 눕힙니다: 예전에는 등을 대고 눕히라고 했지만, 현재는 회복 자세(Recovery Position)라고 해서 옆으로 눕히는 것이 표준입니다. 옆으로 눕히면 침이나 구토물이 기도로 들어가는 흡인(吸引)을 막을 수 있습니다. 흡인이란 이물질이 폐로 들어가는 현상으로, 흡인성 폐렴의 원인이 됩니다.
- 주변 위험물을 치웁니다: 딱딱하거나 날카로운 물건이 없는 평평하고 안전한 곳에 아이를 눕힙니다.
- 입안에 아무것도 넣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혀를 깨물까 봐 숟가락을 넣었지만, 이는 오히려 질식이나 치아 손상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 경련 시간을 측정합니다: 스마트폰 타이머를 켜서 경련이 몇 분간 지속되는지 재고, 가능하면 영상으로 촬영해 둡니다. 나중에 의사에게 보여주면 진단에 큰 도움이 됩니다.
- 5분 이상 지속되면 119에 연락합니다: 단순 열성경련은 대부분 수 분 이내에 자연스럽게 멈추지만, 5분 이상 계속되면 응급실로 가야 합니다.
제가 실수한 부분이 있었는데, 처음에는 아이를 꽉 안아서 경련을 멈추려고 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팔다리를 억지로 붙잡으면 아이가 다칠 수 있고, 경련을 멈추는 데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또한 열이 높다고 경련 중에 해열제를 먹이거나 좌약을 넣는 것은 절대 금지입니다. 기도로 약이 들어가 질식할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열성경련 시 물수건으로 몸을 닦는 것도 권장하지 않습니다. 경련이 멈춘 후 아이가 안정되고 의식이 돌아온 뒤에야 미지근한 물로 체온을 낮춰줄 수 있습니다(출처: 대한소아과학회).
열성경련 이후 재발 방지와 주의사항
열성경련을 한 번 경험한 아이는 재발 가능성이 약 30% 정도 됩니다. 특히 첫 경련이 12개월 이전에 발생했거나, 가족력이 있거나, 열이 39도 이하인데도 경련했다면 재발 확률이 더 높아집니다. 제 아이도 첫 경련 이후 두 번째 열이 났을 때 혹시 또 경련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밤새 체온을 확인했던 기억이 납니다.
일부 부모들은 재발을 막기 위해 열만 나면 해열제를 두세 종류씩 번갈아 먹이거나, 예방 목적으로 항경련제를 요구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해열제를 아무리 열심히 사용해도 열성경련을 완전히 예방할 수는 없다는 것이 의학계의 공통된 견해입니다. 해열제는 아이의 불편함을 줄여주는 역할을 할 뿐, 경련 자체를 막지는 못합니다.
항경련제(抗痙攣劑) 역시 일반적으로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여기서 항경련제란 뇌의 비정상적인 전기 신호를 억제하여 경련을 예방하는 약물을 의미하는데, 단순 열성경련의 경우 약의 부작용이 경련으로 인한 위험보다 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복합 열성경련이 반복되거나, 경련이 15분 이상 지속되었거나, 뇌전증(간질) 위험이 있는 경우에는 소아신경과 전문의 판단하에 약물 치료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열성경련을 경험한 부모로서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열성경련 그 자체가 아이의 뇌에 손상을 주거나 지능 발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물론 경련 자체는 무섭고 보기 힘들지만, 대부분 5세 이후로 자연스럽게 사라지며 후유증도 남지 않습니다. 다만 첫 경련 이후에는 반드시 소아과 진료를 받아 다른 질환 가능성을 배제하고, 이후 열이 날 때마다 아이의 상태를 주의 깊게 관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열성경련은 부모에게는 정말 가슴 철렁하는 경험이지만, 정확한 정보를 알고 침착하게 대처한다면 충분히 넘길 수 있는 증상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상황을 미리 알고 있는 것과 전혀 모르는 것은 천지 차이였습니다. 혹시 주변에 어린 자녀를 둔 부모가 있다면 열성경련에 대해 미리 알려주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열이 나면 체온을 자주 확인하고, 경련이 시작되면 옆으로 눕히고 시간을 재는 것, 이 두 가지만 기억해도 당황하지 않고 대처할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