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봄가을이면 으레 먹던 그 작고 흰 알약, 다들 기억하시나요? 저는 그게 이제 완전히 옛날이야기가 됐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첫째 아이가 회도 먹겠다 생채소도 찾겠다 하면서 갑자기 그 기억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과연 요즘도 구충제를 먹어야 할까요? 직접 찾아보고 나서야 생각보다 이 문제가 단순하지 않다는 걸 알았습니다.

아이 입맛이 변하면서 시작된 걱정
첫째가 어느 날 갑자기 회를 먹고 싶다고 했을 때, 솔직히 처음엔 그냥 흐뭇했습니다. 채소도 안 먹던 아이가 어른 밥상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으니까요. 그런데 집에 와서 생각해 보니 슬그머니 걱정이 올라왔습니다. 민물고기나 덜 익힌 음식, 생채소를 통해 기생충 알이나 유충이 체내로 들어올 수 있다는 사실이 뇌리를 스쳤습니다.
여기서 유충(幼蟲)이란 기생충이 성체가 되기 전 단계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아직 다 자라지 않은 어린 기생충으로, 이 시기에 숙주 몸 안에 들어와 장기나 조직에 자리를 잡습니다. 문제는 유충 상태에서도 충분히 인체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제가 알아본 바로는 기생충 감염 경로가 생각보다 다양했습니다. 유기농 채소를 날것으로 먹거나, 민물고기를 회로 즐기거나, 흙을 많이 만지는 환경에서 일하거나, 반려동물과 밀접하게 생활하는 경우 모두 감염 위험이 올라갑니다. 강아지나 고양이의 장내 기생충 중 일부는 인수공통감염(人獸共通感染)이 가능한 종류도 있습니다. 인수공통감염이란 동물과 사람 사이에서 서로 전파될 수 있는 감염을 뜻하는데, 반려동물을 키우는 집에서 특히 주의가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과거에는 위생 환경이 열악해서 회충, 요충 등의 감염률이 매우 높았습니다. 국내 기생충 감염률은 1970년대 80%를 넘기도 했지만, 지속적인 위생 개선과 집단 구충 사업을 통해 2010년대 이후 1% 미만으로 낮아졌습니다(출처: 질병관리청). 수치만 보면 거의 사라진 것 같지만, 감염 위험이 완전히 없어진 건 아닙니다.
무조건 먹어야 할까, 아니면 상황에 따라 다를까
제가 이걸 찾아보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이 바로 이겁니다. 예전처럼 전 국민이 봄가을에 무조건 구충제를 먹는 시대는 지났다는 것, 그리고 동시에 여전히 복용이 필요한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기생충에 감염되면 나타날 수 있는 증상으로는 복통, 설사, 소화 불량, 만성 피로, 체중 감소, 피부 소양감(瘙痒感) 등이 있습니다. 여기서 피부 소양감이란 특별한 이유 없이 피부가 가렵고 따가운 증상을 가리키는데, 기생충이 체내에서 분비하는 대사산물이 피부에 과민반응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초기에는 증상이 없거나 감기처럼 느껴지는 경우도 많아서 스스로 알아채기가 어렵습니다.
구충제는 이러한 기생충을 사멸시키거나 체외로 배출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시중에 유통되는 구충제 대부분은 광범위 항기생충제(broad-spectrum antiparasitic)에 해당합니다. 광범위 항기생충제란 특정 종류의 기생충 하나만 잡는 게 아니라, 회충, 요충, 편충, 구충 등 여러 종류의 기생충에 동시에 효과를 나타내는 약물을 뜻합니다.
그렇다면 누가 복용을 고려해야 할까요? 제가 찾아본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민물고기나 익히지 않은 육류를 자주 섭취하는 경우
- 유기농 채소를 생으로 많이 먹는 경우
- 흙을 자주 다루는 직업(농업, 토목 등)에 종사하는 경우
- 반려동물과 밀접하게 생활하는 경우
- 위생 환경이 취약한 해외 지역을 장기 체류한 경우
- 어린아이로 아직 위생 습관이 완전히 형성되지 않은 경우
아이들은 특히 손을 자주 입에 갖다 대고, 흙에서 노는 일도 잦습니다. 저도 첫째 아이를 보면서 이 부분이 걱정됐던 것이 솔직한 마음이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토양매개기생충(STH, Soil-Transmitted Helminths) 감염 위험이 있는 지역의 학령기 아동에게 정기적인 구충제 복용을 권고하고 있습니다(출처: 세계보건기구(WHO)). STH란 오염된 토양을 통해 인체에 감염되는 기생충을 통칭하는 말로, 회충, 편충, 구충이 대표적입니다.
먹기로 했다면 시기와 방법, 이렇게 확인하세요
제가 직접 알아보고 결국 내린 결론은 이렇습니다. 막연하게 "옛날에 다 먹었으니까"라는 이유로 먹는 것보다, 지금 우리 가족의 생활 패턴을 먼저 점검하는 것이 순서라는 것입니다.
정확한 감염 여부는 대변 검사, 즉 분변 충란 검사(糞便蟲卵檢査)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분변 충란 검사란 대변 샘플에서 기생충의 알(虫卵)이 있는지 현미경으로 직접 확인하는 방법입니다. 병원이나 보건소에서 비교적 간단하게 받을 수 있는 검사입니다. 의심 증상이 있거나 감염 위험 요인이 여러 개 해당된다면 이 검사를 먼저 받아보는 것이 훨씬 합리적입니다.
구충제를 복용하기로 했다면, 일반적으로 감염 위험이 있는 성인과 어린이 모두 1년에 한 번 정도 복용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시기는 특별히 정해진 계절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건강검진이나 정기 검사 시기에 맞춰 루틴으로 챙기면 잊지 않고 관리하기 쉽습니다. 제 경험상 이렇게 다른 건강 루틴에 끼워 넣는 방식이 실천하기 가장 쉬웠습니다.
무엇보다 구충제 복용과 별개로, 손 씻기, 음식 충분히 익혀 먹기, 반려동물 정기 구충 등 기본적인 위생 관리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이건 어떤 감염 예방에도 가장 기본이 되는 원칙입니다.
아이가 다양한 음식을 잘 먹게 된 건 분명 좋은 일입니다. 다만 그만큼 신경 써야 할 부분도 늘었다는 것을 이번에 실감했습니다. 막연한 불안 대신 정확한 정보로 판단하는 것, 그게 건강을 관리하는 가장 합리적인 태도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 글이 비슷한 고민을 하고 계신 분들께 작은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감염 의심 증상이 있거나 복용 여부가 걱정된다면 반드시 의사나 약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